추억의 그 영화
2009. 6. 25. 14:14ㆍ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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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 때 찢어지게(는 아니고) 그냥 그저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시골에서 농부로 일하시던 아버지는 중 소(小)도시로 이사하고, 조그만 구멍가게로 하루 벌고 하루 먹는 정도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촌놈이 문화라는 게 고작 TV로 한정되었고,
영화라는 건 접해보질 못한 열살 촌놈때입니다.
어느날 영화 포스트 한장에 강력한 필이 꽂혀버린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죠
"우뢰매
우뢰매
우, 뢰, 매~~~
우~
뢰~
매~
에~~~"
짜증이 나셨던지, 아니면 변변치 않은 살림에 아들이 보고싶다는 영화하나 못 보여 주는게 짠하셨던지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느그 어매 여깄다"
나,
"? "
"........"
" ! "
'웃으면 안돼 웃으면 지는 거야
웃으면 지는 거야
웃으면....'
-ㅅ- ;;;;;;;;;;;;;;;;;
"푸하하하하"
결국 다음날 동생과 함께 원하는 극장으로 들어갔습니다만,
어머니께서는
"엄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께~ 보고 여기로 와~ 알았지? 동생 잘 보고 알았지?"
하시고 밖에서 기다리셨죠.
당시 영화관은 동시상영으로 한영화 끝나면, 다른 영화 이런식으로 되돌리며 영사관을 돌렸습니다.
마침 들어갔을땐 다른영화가 상영했고, 보고자 하는 영화- 우뢰매는 결국 못 보고 나왔습니다.
밖에서 어머니께서는 그 때까지 기다리셨더군요 2시간 반을... 땡볕에서
후론, 철없는 때는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영화관은 스스로 돈을 벌때까지 가질 않았습니다.
종종 이 얘기를 우리 어매, 우리 어매 하면서 어머니랑 농담조로 이야기 하곤 합니다만,
우뢰매는 보지도 않은 채 저에겐 추억의 영화가 되었군요
영화 "마더"는 어떨까 궁금하던 찰라,
마더를 우리말로 바꾸면 우리 어매가 되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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