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2013. 4. 9. 17:12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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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잃어 버렸어."

아이가 방과후 수업가방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순간 기억력이 까마귀하고 사촌지간이라는 나이지만, 이런 것 마저 부모를 닮아야 하겠는가. 아이도 뭔가를 잃어버리는 게 잦다.
잃어버리고 나면 그것 마저 망각해주면 좋겠지만,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만 더해만 오는갑다.

아이는 집에서부터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 오늘 있었던 곳을 되 짚어 보았다.
아파트에서 내려오는 작은 언덕, 두개의 신호등을 지나, 교정으로 가는 언덕, 그리고 교문, 행정실 문을 지나고 자신이 있었던 영어교실, 도서관 기타 여러교실을 또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영어선생님에게 '잃어버렸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나니 아이는 이제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제 영어수업 안들어 갈거야"

뭔가를 잃어버린 것이 자꾸 속상해 할테지만,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극복하는 것과 시간이 마음을 진정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야, 이 또한 다 지나갈 거란다."


--- 추가하여 ---
저녁 무렵 방과후 선생님에게 가방을 찾았노라 하며 전화가 왔다.
소식을 들은 아이의 표정이 절로 밝아진다.
칠날레 팔날레 두손이 가벼워 왔노라면, 무언가 놓고 왔으니 조심하라는 아이엄마의 혼내킴도 즐겁게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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